파일 이름을 영어로 지을 때 한글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

사실 요즘 나오는 시스템들은 대부분 다국어를 지원합니다. 심지어 파일 이름에 이모지를 넣어도 돼요. 그럼에도 영어와 최소한의 특수문자를 사용하면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글을 쓰잖아요. 그럼 이걸 영어로 표현을 해야 하는데,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보통은 영어로 번역을 하거나 로마자 표기법을 차용합니다. 그런데 이 둘에는 단점이 있습니다.

번역

영어로 번역을 하면 일관성이 떨어집니다. 애초에 작명할 때부터 영어로 짓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한글로 만들어진 뭔가를 표기해야 할 때요.

'통닭'을 영어로 표현해봅시다. 간단하게는 'chicken'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근데 chicken은 그냥 닭이잖아요. 'baked chiken'이라고 할까요? 그럼 구운 닭이잖아요. 'fried chicken'? 치킨이랑 통닭의 어감은 다르잖아요. 치킨과 통닭은 어떻게 구분할까요? 'franchise fried chicken'?

주저리 주저리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이런 사고를 거치면서 그 순간의 답을 내릴 겁니다. 그때마다 답은 다르겠죠. 그러면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또 이 방법은 고유명사에 쓰기 좀 그렇습니다. '팔만대장경'을 'eighty thousand big long texts'라고 하기는 좀 그렇잖아요.

로마자 표기법

일관성은 완벽합니다. '통닭'은 'tongdak'이라고 명확하게 정리되니까요. 가독성이 문제긴 한데 사실 가독성 생각하면 그냥 한글로 표기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굳이 영어를 쓰는 이유는 접근성보다는 정리에 의미가 있다고 보거든요.

문제는 이 로마자 표기법이 한글의 일부 요소들을 통합시킨다는 데 있습니다. 한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언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여기 '닭'과 '닥'이 있습니다. 발음상으로 동일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하지만 로마자 표기법은 발음이 같으면 모두 같습니다. '숱'과 '숫'도 'sut'으로 똑같습니다.

앞뒤로 연달아 붙는 글자에 영향을 받아 달라지기도 합니다. '열라면'을 로마자 표기법으로 표기하면 'yeollamyeon'입니다. 근데 라면은 'ramyeon'입니다. 기본적으로 초성의 'ㄹ'은 'r'로 표기하지만 'ㄹ'이 연달아 두 개 나오면 'll'로 표기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라면을 검색했을 때 열라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자모를 영어와 1대 1로 매칭시키기

그래서 저는 발음을 무시하고 자음과 모음을 영어로 1대 1 변환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ㅅ'은 's', 'ㄷ'은 'd', 이런 식으로요.

단점은 명확합니다. 그대로 부드럽게 읽히지가 않아요. 받침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했잖아'를 이 방식으로 변환하면 'haessjanha'가 돼요. 읽으면 '해ㅆ잔하'가 될 거예요. '빛'은 'bich'가 돼버리고요. 정말 나 혼자만의, 오직 정리만을 위한 작명이 됩니다. 근데 어쩌라고요. 어차피 공동체라면 정해진 규칙이 이미 있을 거고, 이런 고민은 나 혼자 쓰려고 하는 거잖아요?

이 방법은 다른 언어에도 적용하기 쉽습니다. 로마자 표기법이나 번역의 경우 그 언어를 어느 정도 발음하거나 이해할 수 있어야만 완벽하게 적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방법은 각 글자의 발음만 알고 있으면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미세팁

이 방식을 쓰면서 나름 스스로 정한 규칙이 있습니다. 같은 발음을 가진 여러 선택지가 있을 경우, 로마자 표기법에 기반하여 초성과 종성을 따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ㄹ'은 'r'로도 표현할 수 있고 'l'로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하나만 쓰는 것보다는, 우리는 초성과 종성이 명확하니 이 둘을 각각 초성 종성에 분배해서 구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 이런 자잘한 선택지를을 결정하는 기준을 로마자 표기법으로 해 두면 헷갈릴 일이 줄어듭니다. 'ㄹ'의 경우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초성은 'r', 종성은 'l'로 표기하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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