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거하는 두 킬러 청년이 예기치 않게 아이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
비현실로 그려낸 우리 이야기
살인청부업을 하며 동거하는 두 청년, 그리고 육아. 이 조합은 우리 삶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작품에서 작가의 상상력을 엿보며 기상천외함을 즐길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버디 대디스가 다루는 것은 부모가 된다면 누구나 겪는, 아주 흔한 이야기입니다.
흔하다 해서 얕은 것은 아닙니다. 이 작품은 부모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생명과 삶에 대한 이야기로도 쉽게 확장될 수 있습니다.
비현실적인(흔하지 않은) 직업과 가족 구성으로 이야기하는 우리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그 구성 자체로 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은유적인 표현을 좋아해서 그런 지는 모르겠습니다.
쏠려 있는 전투
주인공들이 킬러인 만큼 전투씬이 등장합니다. 동작, 그러니까 총을 조작하고, 어떤 식으로 사격하고 하는 세부 묘사는 좋습니다. 고증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디테일하게 보는 맛이 있어요. 그런데 전투의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전투가 전개되는 과정이 다소 이상합니다. 대표적으로 하나 꼽자면 전문 킬러라면 하지 않을 행동이 자꾸 나옵니다. 되게 중요한 전개 과정으로요.
잘 짜여진 사가같은 상징 구조
상기했듯이 이 작품은 거시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느끼기에만 그런 것이 치밀하게 의도된 표현이라고 느꼈습니다. 은유가 정말 치밀합니다. 1화에서 산타클로스 분장을 한 것부터가 이 은유 직소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우산부터 헤어스타일, 심지어는 음식 메뉴까지 허투루 표현되는 소재가 없습니다.
마지막 화를 이야기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기노라는 킬러가 있습니다. 이 사람은 삶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죽기 직전 마지막 한 마디만이 중요하다는 결론해 도달하고, 자신이 죽인 사람의 마지막 말을 수집합니다. 이 킬러는 마지막에 칼로 목이 찔려 죽습니다. 자신은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지 못하게 됩니다. 수첩에 손을 뻗어 보지만 그 일대가 불타며 수첩은 재가 됩니다.
이 이야기만 해도 단순하지만 하나의 구조가 됩니다. 그러나 여기 얽힌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머릿속에서 깔끔히 정리된 부분이 아니라 허술하겠지만 일단 당장 느낀 바를 중심으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그 칼을 레이가 아니라 카즈키가 찌른 것이었다는 부분이 정말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작중에서 언급되기도 하고 실제 작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보여지다시피 카즈키는 두뇌 담당입니다. 정말 "킬러다운 공격"은 대부분 레이가 합니다. 카즈키가 총이나 칼을 써서 상대방을 상처입혔던 일이 있었나 돌이켜보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기노 때는 레이가 자신을 미끼로 삼고 카즈키에게 공격을 맡깁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가족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은 두 사람이 협동하여 삶의 의미를 왜곡시키는 존재를 물리친다는 권선징악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인간관계를 몰랐던 레이가 미끼가 되고, 자신이 가족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묻혀 있던 카즈키가 오기노를 찌른다는 이 구조는 단순히 평면적인 문장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습니다.
책임감 있는 마무리
보통의, 특히 요즘의 작품들 중에서 이렇게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 준 경우는 드뭅니다. 이것조차 단순히 해피 엔딩을 위한 형식적인 형태가 아닌, 여러가지 상징들이 함께 마무리되는 깔끔한 엔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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